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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의 전쟁' 선언은 했는데…승자는?

메디컬투데이 기사전송 2008-09-22 08:40 | 최종수정 2008-09-22 08:40

다방면 대책 봇물, 국립치매센터 선정 등 논란

［메디컬투데이 조고은 기자］ 대한민국 치매 인구 38만명, 우리나라의 대표적 질환인 암 환자수가 43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더욱이 암 만큼이나 주위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해 진료비나 양육부담 때문에 가정파괴를 부르기도 한다.

정부가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치매를 막고, 치료하고, 관리하겠다며 내 건 카드는 치매 조기검진 확대부터 인지건강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치매 치료를 위한 바우처 지급 등 다방면에서 쏟아졌다.

이 같은 정책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놓은 방법들이 워낙 다양한 만큼 자칫 '빛좋은 개살구'로 끝나지 않으려면 향후 보완돼야 할 것들도 적지 않다.

◇ 복지부 치매와의 전쟁, 방법도 다양

복지부는 치매가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질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다양한 대책을 지난 19일 내놓았다.

우선 치매 조기 검진률을 2007년의 3.7%에서 2012년까지 60%로 대폭 높이고 치매의료관리비율도 34%에서 70%까지 2배로 높이는 등 치매의 조기 발견과 예방 치료가 강화된다.

이를 위해 치매조기발견과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치매 조기검진사업에 현재 118개 보건소에서 2010년까지 전국 모든 보건소가 참여하도록 확대하고 60세 이상의 건강검진 항목에 치매검사 항목 추가하며 66세에 실시하는 생애주기별 건강검진을 치매 예방이 가능한 60세에도 추가 실시해 치매의 조기 발견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조기 발견된 치매환자를 종합적·체계적으로 치료·관리하기 위해 ‘국가치매등록관리DB'를 구축, 필요한 치료·교육·상담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며 약값이 부담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치매환자에 대해 약제비 등을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저소득층 치매 바우처에 3년간 1300억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의 이번 발표는 당장의 현실적 어려움을 반영하기도 했다. 치매환자의 의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치매환자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부담 예상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치매 관련 총 진료비는 2002년 561억원이던 것이 2005년에는 1306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고 지난해에는 또다시 3268억원으로 그 2배가 됐다.

공단은 치매로 인한 전체 사회경제적 비용이 추계방법에 따라 연간 3조4000억~7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국립의료원을 국립치매센터로?

복지부가 내놓은 정책들에 대해서는 의료계나 학계, 사회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이런 의견이 끝까지 계속되기 위해서 보완돼야 할 점도 적지 않아 보인다.

우선 치매의 조기검진 확대의 경우 확대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현재 이용되고 있는 선별검사의 근본적 의구심이다.

치매조기검진은 간이인지검사를 한 후에 인지감퇴가 의심되는 사람은 1단계 정밀 검사 그리고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2차 정밀검사에 들어간다. 이 중 가장 첫 번째 단계인 간이인지검사는 치매 선별검사(총점 30점, 질문 20가지)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 선별검사는 정확도가 85~90% 정도로 매우 높은 편으로 평가 받고 있다.

문제는 다른 질환과 혼동을 줄 수 있다는 것.

단국대병원 정신과 이석범 교수는 "치매조기검진 사업의 확대는 굉장히 좋은 생각이지만 연재의 치매선별검사만으로는 이것이 치매인지 우울증인지 또는 알코올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알기 어렵다"면서 "우울증 선별검사를 함께 한다면 더 좋은데 검사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치매 예방과 치료 등에 대한 연구개발 강화에 대해서도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김기웅 교수는 "연구 목적에 따라 규모도 다르고 기간도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치매는 이에 대한 장기적 연구계획을 수립하고 장기적 투자계획도 함께 세워야 한다"며 "즉 한 해 한 해 예산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투자계획을 세우고 미리 확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치매치료제 관련 예산은 R&D 전체에서 치매연구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지건강프로그램 확대에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현재 치매의 약물치료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인지건강프로그램도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각 센터마다 워낙 다양한 방법을 하고 있는 만큼 같은 예산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확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석범 교수는 "기존에 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과 해외에서 사용되는 프로그램을 도입할 때에도 한국인에게 맞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며 "검증되고 효과 있는 소수의 것에 예산을 집중하면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반면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하려다 보면 예산이 분산돼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치매 예발이나 치료 관리 정책에 관한 연구와 모델을 개발하고 치매 관련 통계 DB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국립치매센터를 국립의료원 등에 기능을 부여해 설치한다는 방침에 대한 얘기도 많다.

이미 국립의료원 자체가 워낙 많은 일을 하고 있어 장소 제공 등의 하드웨어적인 지원은 모르겠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지원까지 가능하겠냐는 것.

심지어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립의료원에 국립치매센터를 설치하는 것은 이번 정책의 실효성까지 의심하게 한다"며 "전문가 영입 등이 정확히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진형 강원대의대 정신과 교수도 "국립치매센터를 국립의료원에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그것을 감당할 만한 보충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표명했다.

한편 치매조기검진사업 정밀검진 수가가 현 5만5000원에서 내년에는 8만원으로 상향 조정되지만 이를 위해 2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신경심리검사를 위해 심리사를 고용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좀 더 현실성 있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메디컬투데이 조고은 기자 (eunisea@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