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 가입률 겨우 14% 왜?
울산의 한 청소 용역업체에 근무하는 김모(49)씨의 월 소득은 114만원이다. 가족은 부인과 자녀 둘이 있어 4명. 그는 최근까지 정부가 서민 자립을 돕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희망키움통장 가입을 고려했었다. 매월 10만원씩 일반 은행에 적금을 넣으면 3년 뒤 374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시중은행 적금 금리인 연 3.0%를 적용했을 때의 얘기다. 그런데 희망키움통장에 가입하면 근로소득장려금 20만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지원금 10만원을 합쳐 매달 40만원이 적립된다. 이율도 하나은행의 사회공헌 특별금리 4.7%를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3년 뒤 김씨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1544만원. 상당한 특혜(?)다. 그러나 그는 며칠 전 이 통장 가입을 포기했다.
“3년 뒤 목돈을 타고 나면 상당기간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 기간 동안 가족이 병원에 입원하면 목돈은 금방 없어지죠. 여기에 애들 무상급식·수업료·교재비 등 교육비 지원도 끊어집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되면 불이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거급여(4인 가족 기준 월 23만5000원), 정부 양곡 할인,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저소득층 자녀 특목고·대학 입학 특례 혜택도 모두 사라진다. 통장에 가입하지 않는 편이 훨씬 이익이라는 게 김씨 설명이다. 실정이 이러니 관련 공무원들도 이 통장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꺼리고 있다. 울산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지부서 공무원은 “대상자들이 목돈은 탐내면서도 자립에 실패했을 경우 대책이 없어 통장 가입에 소극적이다. 통장 가입 후 원망할까 두려워 (통장 가입을) 권유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의 빈곤 탈피와 자립을 돕기 위해 다음 달 20일 시행할 예정인 ‘희망키움통장 사업’이 현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이유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12일 접수를 마감한 결과 2420가구만 신청했다. 정부의 당초 목표치인 1만7154가구의 14.1% 수준이다. 특히 서울·충북·경남 등 3개 시·도는 10%에도 못 미쳤다. 정부가 제시한 가입 대상인 2만7827가구 대비 8.7%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전체 대상자 중 60% 선이 가입할 것으로 보고 국비·지방비는 물론 사회복지공동모금회기금 100억원까지 끌어들여 올해 집행할 예산만 415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가입자가 적어 예산 대부분을 반환해야 할 형편이 됐다. 복지부 자립지원과 최혜진 주무관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일정 기간 의료급여와 교육비를 지원하도록 관련 부서와 협의 중”이라며 “이 같은 보완 조치를 취한 뒤 5월 중 신청자를 다시 모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전국종합
◆희망키움통장=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 의 자립을 돕기 위해 실시하는 적금. 가입 대상자가 5만원 혹은 10만원씩 매월 저축하면 정부와 지자체 및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자금을 지원해 총 20만~63만원을 적립, 3년 후 최고 2400여만원까지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적금을 타고 나면 최소 16개월 동안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가입대상은 근로소득이 최저생계비(1인 기준 50만4344원)의 70% 이상으로 자활근로사업을 하지 않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제한하고 있다. 
제목: 희망 못 키워준 ‘희망키움통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