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방문요양간호센터

Interview] “고령화 시대, 재택의료는 시대적 요구”

이중근 회장 (대한노인의학회)

등록 : 2009-02-03 14:00

이중근 회장 (대한노인의학회)

시행 반년을 넘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화의 대비책으로 환영받고 있지만 의료적 접근에 있어서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간병비 지원 문제를 놓고 정부와 노인요양병원들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요양시설 내 촉탁의와 협력의료기관제 역시 실효성 여부가 도마에 오른 상태이다. 어려운 경기 탓에 노인환자를 둔 보호자들이 의료비 문제로 병원에서 시설로 빠져나가면서 ‘시설 엑소더스(exodos)’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한노인의학회가 재택의료서비스 도입에 대한 의지를 적극 내비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중근 학회장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재택의료의 도입 필요성을 적극 알리기 위해 해외자료를 수집하고, 국내 도입 시 장단점을 분석하는 등 사전작업에 나선 상태이다.
그가 제시하는 재택의료서비스의 최대 장점은 비용절감이다. 재택의료가 도입되면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지출되는 비용의 1/5까지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기요양보험제도의 도입 배경에 급증하는 노인의료비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주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Q. 의료비 절감 이외에 재택의료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의료비 절감이 재택의료 도입의 근본 취지는 아니다. 부수적인 요인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고도의 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급성기 치료 뒤 후유증을 겪거나 만성질환, 노화로 ADL(일상생활동작)에 장애가 오는 고령자 특유의 질환이 크게 늘고 있다. 이러한 노인환자들은 병원을 방문하기 힘들다. 현재 방문간호가 있지만 여기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더한 방문진료, 즉 재택의료를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Q. 재택의료를 도입할 제반 환경은 갖춰졌다고 보는가.
-주사를 대신해 안전하고 뛰어난 좌약이나 습포약, 점안약, 점비약 등 투약이 매우 진화했다. 재택산소요법이나 재택 투석, 재택 중심 정맥요양법 등 재택 의료기기도 소형화, 경량화됐고, 그 성능과 안전성도 많이 향상됐다.
특히 병원에 가는 것을 불안해하고 집에서 계속 생활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생명윤리에 대한 사고의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재택의료는 시대적 요구사항이다. 재택의료팀을 ‘임종팀(terminal care team)’으로 즉시 전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Q. 재택의료 시행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재택의료는 의사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간호사와 케어매니저, 요양보호사 등 ‘다직종협력’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내 인적자원이 팀을 이뤄 영역별로 업무를 공통 분담해야 한다.
따라서 케어매니저의 주관 아래 케어컨퍼런스가 열려야 하고, 이 안에서 이른바 단골의사(주치의)가 재택의료를 전문으로 맡아야 한다. 당장 지역의사회와 지방자치단체장, 사회복지전문가만 있으면 케어컨퍼런스를 열기 충분하다. 그러나 일본처럼 전문 케어매니저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Q. 올해 재택의료 도입을 위한 논의를 어떻게 구체화할 계획인가.
-다가 올 춘계학술대회에서부터 재택의료서비스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할 생각이다. 일단 재택의료를 학회의 의제로 삼아 논의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 국내 도입을 위한 발전적인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모아질 것으로 본다.
아직 뚜렷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재택의료를 앞서 도입한 일본의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듣고 국내 장기요양보험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 해 논의에 참여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본의 재택의료 현황을 보고 배울 필요도 있겠다. 현재 진료수가가 빠듯한 상황인데 국가시책으로 재택의료를 도입하면 지원자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

배민철 기자 mcbae2000@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