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울시 지원대책 생색내기 우려 노숙 농성
“시설 예산 없애고 그룹홈 지원 집중” 요구
“더 이상 죄인처럼 수용시설에서 살기 싫습니다.”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몰려온 22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중증 지체장애인 20여명의 등 뒤에는 이런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그들은 기부금 수위를 나타내는 ‘사랑의 온도계’ 옆에 장애인이 체감하는 복지정책 정도를 나타낸 온도계 모형을 세웠다. 온도계는 0도를 한참
밑돌았다. 이 자리에서 전국장애인 차별철폐 연대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이 사회에서 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2박3일 동안 거리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들이 ‘노숙’을 택한 까닭은 서울시가 장애인들의 자립을 지원하겠다고 내놓은 ‘행복프로젝트’가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시는 기존의 대규모 수용시설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장애인들이 각 지역에 섞여 자립할 수 있도록 2012년까지 장애인
2~4명씩 함께 살 수 있는 체험홈 35곳과 공공 전세주택과 임대주택 908가구를 제공하는 등 정책을 내놓고 4년 동안 예산
8천억원을 책정했다.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 권리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은 “중증 장애인을 개줄로 묶어둔 예수재활원 사건에서 보듯 사회에서 격리된 수용시설은 반인권적 공간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며 “서울시 등록 장애인만 35만8천여명, 시가 지원하는 장애인 시설에 살아가는 중증 장애인만 3300여명인데 이런 속도로는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사회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동투쟁단은 “시는 장애인 수용시설을 짓거나 유지하는 데 드는
예산을 없애고 대신 작은 규모의 그룹홈을 마련하는 데 예산을 집중적으로 책정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박필숙 장애인
복지과장은 “8천억원은 이번 행복 프로젝트에만 별도로 쓰이는
예산이고 기존의 장애인 복지 예산은 올해 3천억원,
3200억원이 마련돼 있어 그렇게 부족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공동투쟁단은 또 중증장애인 120명을 수용하고 있는 석암베데스다 요양원의 이전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1985년 김포시 양촌면
양곡리에 세워진 석암베데스다 요양원은 김포시 대곶면 송마리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공투위는 “이전이 추진되는 곳은 가까운 가게도
3㎞ 떨어진 공업단지로 근처로 지금보다 장애인들의 삶은 더욱 고립될 것”이라며 “지역 사회 안의 체험·그룹홈 등으로 바뀌도록 시가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석암베데스다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는 석암재단은 최근 전 이사장이 횡령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장애인들의 불신을 키웠다. 홍흥근 원장은 “장기적으로 탈시설이 옳은 방향이지만 요양원에는 거동이 거의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이
대다수이므로 장애인 4명당 교사 1명이 고작인 현재로는 모든 장애인들이 그룹홈에서는 생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태묵 이사장도
“이전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이전을 유보한 상태”라며 “침수가 우려되는 등 기존 시설이 너무 낡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
제목: “홀로서기 도와주세요” 장애인들의 절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