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도우미, 보조犬… 필요한 건 다 이용
영국 남부 윌트셔(Wiltshire)에
사는 독신 휠체어 장애인 엘리자베스 무니(여·57)씨는 3년째 보조견(犬) '퀴니'(6세)와 함께 살며 도움을 받고 있다. 퀴니는
무니씨가 외출할 때 길을 안내하고, 떨어뜨린 물건도 줍고, 엘리베이터 버튼도 눌러준다.
무니씨가 이런 생활 보조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바우처(voucher·이용권) 제도 덕분이다. 영국의 바우처 제도는
이용자가 자신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골라 '디자인'하는 '다이렉트 페이먼트(direct payment
scheme·직접지불제)'식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사회복지기관이 이미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에 이용자가 참여하는 우리나라보다 한
단계 앞선 형태다. 아직까지 의·식·주 보조에 초점이 맞춰진 우리나라 바우처 제도와는 달리 선진국에선 '이런 것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바우처 제도가 도입돼 있다.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 반영
미국엔 저소득층 산모와 영유아만을 대상으로 월 238달러(2인 가족 기준) 내에서 우유·치즈·버터 같은 유제품과
분유를 구입하도록 지원하는 WIC(Women Infants Children Pro gram) 제도가 있다.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하는 엄마와 어린 아이들을 위해 '추가'로 영양을 섭취하라는 뜻에서 만든 바우처 프로그램이다.
일본 도쿄도 북구청은 '양육 도우미 바우처'를 운영한다. 아이를 낳은 여성이 지역 보육원에 아이를 잠시 맡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생후 58일 이후부터 2살 이전까지 유아를 한 번에 4시간씩 맡길 수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경우 서비스 종류에 '장보기' '함께 산책하기' '목욕시키기' '물건 배달하기' 같은 일까지 포함돼 있다.
◆우리 바우처제의 개선점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는 지난해 2957억9500만원이었던 바우처 예산을 올해
1조7337억2500만원으로 늘렸다. 혜택을 받을 사람은 180만497명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바우처 제도는 개선점이 많다. 자격증이 없어도 일정 시간 교육만 받으면 할 수 있는 활동 보조인은 숙련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엔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프랑스는 대인서비스개발국을
설치해 서비스의 질을 전문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또 우리의 경우 바우처 제도 도입 초기여서 서비스 제공기관이 소수인 탓에 서비스
단가가 올라가고, 경쟁 부족으로 질 좋은 서비스 제공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밖에 바우처 서비스에 종사하는 활동보조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저평가되는 일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이 점은 외국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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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지도 경쟁이다][4·끝] 선진국의 바우처 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