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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직영 장기요양시설, 제2 일산병원?
메디컬투데이 2008-10-27 08:22:40 발행

2265억원 들인 일산병원, 입원병상 가동률 최근 3년간 10%도 안돼

［메디컬투데이 정혜원 기자］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100일을 훨씬 지난 지금까지 노인장기요양시설 및 요양보호사에 대한 표준화된 질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전국의 1428개소 요양시설이 있지만 오는 2010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23만명까지 확대될 것을 대비해 체계적인 서비스 질 관리의 표본이 될 수 있는 요양시설의 필요성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국감자료를 통해 노인장기요양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표준운영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의 장기요양시설을 운영 기초데이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건보공단 역시 직영 장기요양시설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종합병원 표준모델로 2000년 2265억원의 세금이 투입돼 설립된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처럼 자칫 막대한 예산 투입에 비한 실제 효과가 미비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65억 투자 일산병원, 누적적자 415억

건강보험모델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공단 일산병원은 2000년 2월 경기도 고양시에 지하 5층 지상 13층의 745병상 규모의 2차 종합병원으로 지어졌다.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투입된 예산은 2265억원에 달하지만, 개원 이후 매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06회계연도 일산병원의 총 수입은 1207억원이었으나 이를 창출하기 위해 소요된 비용은 1225억원으로 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2007년까지 무려 415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에 따르면 2005년 공단 일산병원의 총 진료비는 662억3600만원이었으나 이중 465억7900만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했다. 또한 2006년에는 716억원의 총 진료비 대비 525억4400만원을 건보공단이 부담했다.

2007년에는 806억3000만원으로 총 진료비가 증가했으나 역시 건보공단 부담금도 596억39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입원환자 병상가동률을 분석한 결과 총 745병상 중 2005년 입원환자수는 2만6609명에 불과해 병상가동률이 9.8%에 불과하다. 2006년 역시 입원환자는 2만6025명에 불과해 병상가동률은 9.6%이며, 2007년에는 2만6949명의 입원환자로 9.9%에 불과한 입원환자 병상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1년 365일 중 745병상이 입원 환자로 가득찬 날이 40일도 채 되지 않는다는 얘기.

또한 건강보험에 가입한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 ‘경기도 고양시’라는 지역적 특성상 경기 북부 지역주민을 위한 병원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산병원의 2005년 이후 외래환자수를 살펴보면 2005년 66만6621명, 2006년 64만8869명, 2007년 67만1302명, 2008년 7월 현재 39만9963명이 이용한 바 있다.

반면 2차 종합병원급인 일산병원의 관리운영비 폭은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일산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일산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은 130여명, 전공의는 145명에 이른다. 이들 의료진의 인건비는 3차 종합의료기관인 세브란스병원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이라는 것.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분석한 ‘2007 국민건강보험공단 결산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산병원의 총 비용에서 의료사업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감소추세를 보이는 반면 관리운영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회계연도의 관리운영비는 일산병원 총 비용의 58.3%인 715억원으로 이는 2005회계연도의 636억원에 비해 12.4%나 증가한 것이다.

보고서는 일산병원 관리운영비의 높은 증가율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인건비가 주된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일산병원 관리운영비의 56.8%가 인건비로 지출됐다는 것.

대한의사협회 좌훈정 전 보험이사는 “국민들이 납부한 보험료로 설립된 병원이기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한다면 감량경영이 원칙임에도, 톱클래스에 속하는 세브란스병원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의료진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방만한 경영임을 반증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공단 일산병원 직원끼리 월급을 많이 준다고 기뻐하는 것이 일산병원의 역할이 아니다”며 “다른 종합병원이라면 7년간 415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할 경우 인건비를 동결하거나 줄일 것이다”고 지적했다.

◇"직영보다 대상자 확대가 시급"

건강보험모델병원이라는 특성에도 불구 누적적자 415억원을 기록하고, 경기북부 지역병원이라는 지역적 한계로 인해 일산병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때문에 건보공단이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시설의 직영모델 운영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일산병원을 짓기 위해 2265억원이라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으며 일산병원 운영에도 천문학적 액수가 소요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보공단의 노인장기요양시설 직영운영 모델 설립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낸 다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어 “노인장기요양시설의 모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건보공단이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판단되진 않는다”며 “건보공단의 역할은 과도한 부가사업이 아니라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를 확대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선우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에 따른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사회보험제도로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재정적 안정화를 이루고 국민들로부터 만족스러운 제도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제도를 분석, 검토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회보험제도가 기본적으로 안고있는 도덕적 위험성이 요양보험제도에서는 크게 나타날 수 있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지향하고 있는 본래의 목적과 국민들의 욕구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평가·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선우덕 연구위원은 이어 “건강보험제도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흡수·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내의 사회보장방식이나 산업구조적 측면, 사회보장재정의 안정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보면 사회보험방식의 도입도 차선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은수 의원은 “건보공단 직영의 운영기관모델이 장기적으로는 노인장기요양보호시설에 대한 질적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진 모르지만 현재 3%라는 한정적 대상자에게 운영되는 상황에서 우선 고려할 사항은 아니다”고 조언했다.

박 의원은 또 “전체 건강보험가입자가 3%의 노인을 위해 보험료를 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보공단 직영의 노인장기요양시설 설립은 국민 부담을 훨씬 가중시킬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3%에 불과한 대상자를 확대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산병원도 전체 건강보험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충당하고 있지만 이용은 경기북부지역 주민에게만 해당되고 있지 않냐”며 “아무리 일산병원이 건강보험모델병원이라지만 만성 적자를 넘지 못하고 있으면 이에 대한 대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건보공단 직영의 노인장기요양시설을 만들 생각보다 지금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시설들을 잘 관리·운영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해 그 중에서 표준화된 시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건보공단 관계자는 “공단 직영의 노인장기요양시설 운영 필요성은 있지만 지금은 계획 단계일 뿐 결정된 것은 아직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메디컬투데이 정혜원 기자 (wonny0131@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