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청소에 바닥청소, 빨래부터 목욕까지, 완전히 파출부죠. 요양보호사 자격증만 있다뿐이지 이건 뭐 파출부나
다름없죠…"(57세 요양보호사)
"저 사람은 국가에서 보내준 파출부니까 맘대로 부려먹어도 된다는 이런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막 대하는 거죠"(53세 요양보호사)
지난 29일 한국여성민우회가 ‘장기요양보험 시행 3개월,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토론회에서 소개된 요양보호사들의 실제
인터뷰 내용이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 박기남 연구원은 서울에 거주하는 현직 요양보호사 30명과 장기요양기관 관계자 5명, 대상자
가족을 포함한 여성노인 25명 등 모두 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면접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박 연구원은 면접 결과 나타난 요양보호사의 노동실태로 ▲저임금 ▲노동시간 확보의 어려움 ▲고용의 불안정성 ▲불분명한 업무영역, 낮은 사회적
인식 등의 노동과정과 근무환경 등을 꼽았다.
박 연구원은 "요양보호가 국가 정책에 의한 공식적인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요양보호사의 경우 4대 보험, 월차, 휴가, 퇴직금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해 이들의 근무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의 패널로 참여한 최경숙 전국요양보호사협회 부회장은 “질 높은 요양서비스를 운운하고 있지만, 요양보호사는 기본적인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근무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며 “정부는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보호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경숙 부회장은 요양보호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로 불분명한 업무영역으로 인한 갈등을 꼽으며 “이용자 가족의 가사일,
밭일, 청소 등 본래의 업무와 무관한 일이 당연하게 요구되고 있다”며 “‘국가자격증을 받은 파출부’라는 말은 너무 공공연한 이야기”라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일선 요양기관에서는 이용자 확보를 위해 ‘가족의 빨래, 청소, 모든 일을 다 해준다’는 식으로 홍보하며 요양보호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 부회장은 “기관에서 이렇게 홍보한 상황에서 요양보호사가 현장을 대응하는 일은 수월치 않다”며 “이에 대한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패널로 참석한 보건복지가족부 요양보험운영과 손일룡 행정사무관은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정부와 관계 부처에서도 주목하고 있다”며
“처우 개선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남성 노인수급자나 가족이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한 성추행 문제가 장기요양 서비스 현장에서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경숙 부회장은 “방문요양을 나가는 요양보호사의 경우 무방비 상태로 성범죄에 노출돼 있다”며 “방문 요양의 경우 2인
1조로 현장에 나가게 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점차 날씨가 쌀쌀해짐에 따라 방문을 닫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일이 불가피하다”며 “빠른 시일 내 제도적 장치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관련 문제가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천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임준 교수도 “성범죄는 발생한 후에는 이미 늦어 예방만이 최선”이라며 “제도가 확고히 자리 잡기 전에 토론회 등을
통해 언급된 문제는 신중히 검토해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일룡 요양보험운영과 행정사무관은 “현행 제도도 이런 문제를 고려해 재가 서비스의 경우 2명이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2명의
수가를 모두 지급케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은 ‘탁상공론’식 행정이라며 답답함을 표했다.
최경숙 부회장은 “제도상으로 수가가 반영이 언급돼 있다하지만, 어느 기관장이 이를 현장에서 허락하겠냐”며 “수가, 인력기준 등을 제도상에서
명확하게 의무화하지 않는다면 현장에서는 무의미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제목: "요양보호사? 이건 뭐 파출부나 다름없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