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방문요양간호센터

치매·중풍 노인 ‘두 번 운다’…외국인 간병인 고용 늘어나 ‘문제’

쿠키뉴스 기사전송 2008-09-21 17:09

[쿠키 사회] 지난 15일 경기도의 한 노인요양병원의 휴게실에 한국인 간병인 1명과 조선족 간병인 3명이 모였다. ‘한국말도 알고 간병인 교육을 받아 노인 수발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조선족 간병인들 간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노인 가족들이 듣기에 민망한 말들이 흘러 나왔다.

중국 길림성 출신 한 간병인은 “우리 방에 도둑고양이(치매노인)가 있어요. 밤마다 슬금슬금 돌아다니는데 자고 있을 때 때리기라도 할까봐 겁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다른 간병인이 “그래도 밤마다 ‘엄마, 엄마’ 부르며 칭얼대는 것 보다야 낫지”라고 응수했다. 이를 듣던 다른 조선족 간병인은 “아휴, 그러게 (노인들을) 잘 길들여야 한다니깐”이라고 맞장구쳤다. 이 병원에서 요양보호사 실습을 마친 김모씨는 “조선족 간병인들이 노인들을 마치 짐짝 취급하듯 대하는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일부 노인요양병원들이 조선족이나 동남아인 등 외국인을 간병인으로 고용하면서 입소한 치매·중풍 노인들이 홀대를 받고 있다. 외국인 간병인들은 한국어의 어감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다 ‘내 부모, 내 가족’이라는 정서가 부족하기 때문에 말벗 등 마음을 담은 세심한 서비스를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노인 간병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삼다 보니 막말이나 무시는 예사로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을 간병인으로 고용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국내에는 간병인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사설단체에서 교육만 받으면 된다. 이러다 보니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요양병원협회에 교육비만 내고 수료증을 받아가는 사례도 있다. 일부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간병인으로 나서기도 한다.

요양병원이 외국인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은 싼 임금 때문이다. 한국인 간병인은 임금이 비싸다. 지방에서는 간병인 구하는 것이 더 힘들다. 노인요양보험제도 시행 후 수지 맞추기가 더 어려워져 외국인을 고용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는 게 요양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요양병원협회도 외국인 간병인 고용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박인수 회장은 “현재 외국인을 고용하는 요양병원이 5% 남짓 된다”면서 “이들 때문에 전체 요양병원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간병인 서비스의 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요양보호사를 간병인으로 대체해 간병지원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보건복지가족부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