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방문요양간호센터

요양기관 난립·돈벌이 급급…아직 갈길 멀다
[노인장기요양보험 1년] 풀어야할 숙제는


	김소연 기자

노인 장기요양보험을 시행한 지 1년이 다 되는 동안, 요양기관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요양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문제점들도 나타나고 있다. 갖가지 불법행위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 도시와 시골 사이의 서비스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 요양보호사의 낮은 처우도 시급한 개선 대상으로 꼽힌다. 이는 요양보험 재정을 건강보험과 정부 예산으로 뒷받침하면서도, 서비스 제공 등은 시장에 내맡겨 민간 시설들이 ‘돈벌이’에 치중하도록 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예상7배 넘는 시설, 과당경쟁에 불법행위 빈번
영리법인·개인운영이 96%…지역간 불균형 심각
요양보호사 처우 열악 ‘질좋은 서비스’ 걸림돌로

■ 요양기관, 복지보다는 돈벌이에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5월 말 현재 전국 요양기관은 시설이 2016곳, 재가 서비스 기관이 1만3815곳이다. 대부분 영리법인이나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요양시설은 3.8%인 76곳만이 지방자치단체(9곳)나 사회복지법인(67곳)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공공시설이다. 재가 서비스 기관은 애초 보건복지가족부가 예상했던 1640여곳보다 7배 이상 많이 생기는 등 거의 ‘난립’ 수준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재가 서비스 기관을 운영하는 한아무개씨는 “복지 업무를 해 온 복지시설과 종교기관이 이용자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으니까, 신생 요양기관들은 영업하기가 너무나 어렵다”며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겠다면서 환자를 빼오는 것이 가장 흔한 편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용자들은 돈을 내지 않으니 좋아하지만, 기관들은 수익을 내려고 부당 청구를 하거나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요양보호사 고용형태·노인 장기요양기관 지정 현황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8월~올해 5월 현지 조사를 벌여, 124개 기관의 불법·부당 행위를 적발했다. 부당하게 집행된 돈만 16억4800만원이었다. 자원봉사자나 요양보호사 실습생 등 무자격자에게 일을 맡기거나, 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속이거나, 서비스 제공 시간을 실제보다 늘리는 사례가 많았다.

환자들의 상태가 좋아지면 기관의 수익이 줄게 되는 ‘보험급여 수가 체제’도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낸 보고서를 보면, 경기 지역의 한 요양기관 관계자는 “상태가 좋아진 어르신을 넘어뜨려 골절상을 입혀야 보험수가가 유지되게 돼 있다”며 “ (그렇다고) 노인의 상태가 더 악화되도록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수익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민간 시설에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요양시설의 지역간 불균형도 심한 편이다. 서울 등 수도권은 대기자가 수천명이 넘는 데 반해, 그밖의 지역에선 병상을 채우지 못하는 곳이 많다. 건강공단 자료를 보면, 4월 말 기준으로 전국 1948곳의 요양시설이 갖춘 7만4310개의 병상 가운데, 81%인 6만223개 병상이 찼다. 하지만 시설에 들어가려는 대기자는 6928명에 이른다. 이들이 수도권에 몰리기 때문이다. 서울은 병상이 거의 다 찼는데 대기자만 3798명이다. 강원·충남·전북·경북 등은 1천개의 병상이 남아돌고 있다.

» 요양시설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요양보호사의 월급 명세서(오른쪽)와 파견업체에 고용된 요양보호사의 월급명세서. 두 사람의 임금 격차가 50만원 넘게 난다. 둘 다 3교대로 일하는 등 노동시간은 비슷하다. 요양시설은 파견 노동자를 쓸 수 없게 돼 있으나, 상당수 시설은 이를 어기고 있다.

■ 허리 휘는 요양보호사 지난 4월 말 현재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45만6633명이 땄다. 하지만 실제 일을 하고 있는 보호사는 25%인 11만4367명뿐이었다. 상당수 요양보호사들은 “100% 취업” 같은 교육기관 말만 믿고 몇십만원을 들여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받았으나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은, 정부의 수요 조사도 없이 1090곳까지 만들어졌다. 일정한 교육시간만 이수하면 자격증을 딸 수 있어, 너도나도 자격증에 뛰어드는 현상도 벌어졌다. 13살 학생도, 89살 노인도 자격증을 쥐었을 정도다. 이무승 성지복지재단 대표이사는 “요양보호사의 전문성과 자질은 요양서비스의 핵심”이라며 “교육기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찾은 요양보호사들도 처우가 열악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보호사로 일할 사람은 많은데, 요양시설들은 더 많은 수익을 내려고 인건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가 지난해 11월 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30명을 조사해 보니, 11명만이 정규직이었다. 주당 노동시간은 3교대 시설은 40시간, 2교대는 66시간, 격일제는 84시간 등이었다. 임금은 직접 고용된 정규직과 계약직은 120만~130만원이었고, 파견은 95만원가량을 받았다.(아래 그림 참조) 재가 서비스 요양보호사는 시간제가 60%를 넘는 등 처우가 더 열악했다. 서울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김아무개(45)씨는 “재가 서비스는 직접 집을 찾아가야 하는데, 이동하는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교통비도 내가 부담한다”며 “월 평균 85만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건도 심각하지만, 민간 시설들이 수익을 올리려 요양보호사에게 서비스 이용자를 모집하는 영업까지 시키고, 서비스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일도 잦다. 정금자 전국요양보호사협회장은 “이용자들이 집 청소에 김장까지 시키는 등 ‘국가 공인 파출부’로 여기곤 한다”며 “여성 보호사가 성희롱도 겪는 일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영리를 추구하는 요양기관들로선 이용자들이 곧 돈벌이에 연결되다 보니,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며 “이처럼 요양보호사들이 불안정해지면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